아침편지163

2022.9.27 윤무중<홍시가 열리던 날>

by 박모니카

지난 이른 추석에 서운했던 것은 선홍빛 감나무의 감을 못 먹었던 일이지요. 그림책에서만 보던 커다란 홍시 감나무가 시댁 안마당에 있었어요. 홍시를 챙겨주던 두분의 손길과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어제 남편이 건네준 작은 홍시를 보면서요. 일요일 페미니즘 문화행사에 저희 책방도 참여해서 북페어를 했어요. 모과정과라는 예쁜 마당이 있더군요. 낡았지만 고풍스런 건물 옆에 서 있던 감나무에서 감 한 알이 떨어졌던 모양입니다.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홍시를 먹으면서 친정엄마와 아버지, 시부모님이 생각났어요. 가을의 결실 중 가장 부드러운 달콤한 속살을 가진 건 아마도 홍시일거예요. 치아가 약해지면서 딱딱한 과실보다 자꾸 홍시에게 눈길이 가는 건 그만큼 나이를 먹어간다는 슬픈 증거겠지요. 그래도 오늘 저는 다홍색 홍시를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렵니다. 오늘의 시는 윤무중 시인의 <홍시가 열리던 날>. 봄날의 산책 모니카


홍시가 열리던 날 - 윤무중


파란 하늘 나뭇가지 끝

마지막 몸부림에 주렁주렁

찬바람에 움츠려 매달린 채

단맛이 배어 붉어진 홍시는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하얀 입김에 서린 그 맛

마지막 사랑을 간직한 채

따스한 품 안에 몸을 기대어

차갑고 어두운 긴 밤새우며

어머니의 눈빛엔 한숨이 깃들고

식솔의 시름과 고달픔이 묻어난

자신의 영혼을 선뜻 바치던

당당함을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은

홍시가 열리던 날

꿈속에서 커지던 당신의 모정

아련한 그리움은 사랑과 함께

지금도 홍시로 남았습니다


9.27 홍시.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