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69

2022.10.3 김욱 <신창 가는 길(新昌道中)>

by 박모니카

이효석의 소설<메밀꽃 필 무렵>의 가장 아름다운 묘사로 손꼽는 구절. -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틈새여행지로 고창의 메밀꽃밭(봄에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곳)을 찾았지요. 소설 속 표현처럼 멀리서 보니 여들여들 짭짜름 달콤한 소금알맹이들이 피어난 듯, 장관이었습니다. 메밀꽃의 꽃말은 '사랑의 약속‘이어서 그런지 꽃밭에서 사진찍는 연인들의 모습이 많더군요. 근처 선운사의 붉고 화려한 꽃무릇도 좋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메밀꽃과 가을바람이 참 좋았습니다. 흔들거리는 꽃대들은 마치 마음속 근심을 덜어놓고 가라고 손짓하는 해우소 같았지요. 이제는 사람도 메밀꽃 같은 맑고 수수한 사람이 좋고 닮아가고 싶구요. 비가오네요. 마지막 연휴 평화롭기를 두손모읍니다.

오늘의 시는 김욱시인의 한시 <신창가는 길新昌道中>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신창 가는 길(新昌道中) – 김욱(조선 정조시대 시인)


蕎麥花開豆葉黃(교맥화개두엽황) 메밀꽃은 피어 있고 콩잎은 노랗고

隔林山店隱西光(격림산점은서광) 건너편 숲 주막에는 저녁 햇살 내려앉고

堠人瞑立如相語(후인명립여상어) 장승은 그늘에 서서 말을 걸어오고

棲鳥風翻還欲翔(서조풍번환욕상) 새는 바람에 날려 다시 솟아오르고

樹外牛鳴輸遠稼(수외우명수원가) 나무 곁의 소는 울며 볏단을 날라 오고

草間蛩響引新凉(초간공향인신량) 풀밭의 귀뚜라미는 서늘한 바람 당겨온다.

歸雲漏雨郊陰黑(귀운누우교음흑) 가던 구름 빗줄기 뿌려 한쪽 들판 어둑하고

石逕羸驂傍夜忙(석경리참방야망) 돌길 걷는 지친 나귀 어둠 깔려 더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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