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 한용운<알수없어요>
전국의 축제가 가득하네요. 시월이니 가는 곳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지천에 날리겠지요. 예전에는 색이 고운 빨간 단풍 노란 은행 들만 좋아했는데, 요즘은 이름없는 들풀들의 빛바램도 다 귀하게 바라봐요. 봄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고생했으리 생각하며 눈길주면 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어제는 숲속 밤나무에서 툭툭 떨어지는 가시돋힌 밤송이들이 네 갈래로 벌어지며 튕겨나온 밤알들과 낙엽들을 보면서 걸음이 멈췄지요. 마치 일부러 제 가는 길에 인사라도 나온 양 싶었어요. 거친가시, 매끈한 밤톨을 만져보며 시 한편을 떠올렸습니다. 자연은 정말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는 중용의 달인이예요. 자연따라 애쓰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삶이고 싶어요. 오늘은 한용운 시인의 <알수없어요>.봄날의 산책 모니카
알수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