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5 이문재<혼자의 넓이>
고전 <중용>강의를 다시 듣고 있지요. 가위바위보도 삼 세판으로 승부를 가르는데 하물며 성인의 말씀을 새기는 것은 삼백 번도 부족해서요. 한번 듣고 두 번 듣고 하다보면 닫혔던 귀 바퀴에 울림 한점 있으려니 하는 맘으로 들어요. 어제는 ’신독(愼獨 삼갈 신, 홀로 독)‘ 두 글자를 유심히 들었어요.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다‘ 그 어떤 세상 변화에도 흔들림없이 내 존재를 책임을 진다는 사상이 밑바탕에 있지요. 처음 강의를 들었을 때는 그 뜻에 ’그렇구나‘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체화‘되는 정도가 조금 다르네요. 신독을 예증하는 대표적인 두 사자성어도 필사하며 중얼거립니다. “행불괴영(行弗愧影) 침불괴금(寢不愧衾)” 이라. 말뜻을 찾아보며 신독으로 채우는 당신의 오늘이길!
오늘 들려드릴 시는 이문재 시인의 <혼자의 넓이>. 봄날의 산책 모니카.
혼자의 넓이 - 이문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참고>
행불괴영(行弗愧影) 침불괴금(寢不愧衾)
홀로 있을 때도 자기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홀로 잘 때에도 자기 이불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유자신론(國子新論) 신독(愼獨)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