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8 정현종<여행의 마약>
어릴 적 가을소풍이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마음. 어제도 그런 날이었지요. 하늘은 더없이 맑고 구름은 바람따라 춤을 추니,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에‘ 라는 노랫가사가 들려오구요. 왕복 2시간 틈새여행을 삼례의 책마을로 갔어요. 연암 박지원이 말하길 -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새가 지저귄다. 아, 이것은 내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구나.”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 라구요. 책마을이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이유를 알았습니다. 사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마을 자연책을 읽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요. 한 고서책방에 들어가 김소월, 정지용 시인을 평론한 책을 주저앉아 있다가 홀딱 반해서 이내 가져왔어요.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도 하나 먹고요. 시월의 두 번째 연휴, 특히 한글날이 있네요. 독서란 천지만물 속에 깃든 정신과 의미를 체화하는 일이죠. 당신은 어떤 책을 읽을까요. 저는 책방에서, 시간여행 축제에 오는 사람 책을 읽고 싶어요. 오늘 시는 정현종시인의 <여행의 마약>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의 마약 – 정현종
여행을 가면
가는 곳마다 거기서
나는 사라졌느니
얼마나 많은 나는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거기
풍경의 마약
집들과 골목의 마약
다른 하늘의 마약
그 낯선 시간과 공간
그 모든 처음의 마약에 취해
나는 사라졌느냐
얼마나 많은 나는
그 첫사랑 속으로
사라졌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