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9 문정희 <어머니의 편지>
한글날입니다. 우리가 영어식민지에 사는가 할 정도로 우리의 삶터는 영어와 외래어로 넘쳐나지요. 본업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제가 봐도 지나친 외래어 남발은 걱정됩니다. 우리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현장에 다녀왔네요. 군산시간여행축제의 한 무대에서 시를 사랑하는 지역인들이 시낭송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시를 보내지만 시 낭송은 또 다른 영역입니다. 30여편의 시가 낭송가들에 의해 가을밤축제현장을 적셨습니다. 근현대시 아름다운 시어들은 마치 보름달빛따라 지상에 온 천사들의 춤사위 같았어요. 시를 모른다고 말하는 낯선 방문객들도 절로 깨어나는 오감을 느꼈을거예요. 눈으로 읽는 시를 소리로 읽게 되니 자연스레 시인의 맘속으로 들어갔네요. 한글날, 우리 시 한편 낭독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오늘의 시는 낭송을 듣다가 울컥한 문정희 시인의 <어머니 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는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속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