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80

2022.10.14 천상병<약속>

by 박모니카

새벽3시 눈이 절로 떠졌습니다. 긴 잠을 잔 것도 아니지만 눕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교정을 끝내야 돼.’라는 긴장이 잠을 깨우네요. 타인의 글에 오탈자가 없는지, 혹여나 줄 바꿈이 틀리진 않았는지, 굵은글씨체가 엷게 되어있는지, 보고 또 봅니다. 순간 검지손가락이 찌르르 아리네요. 지난밤 중용의 공자말씀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도 마음속의 힘듬을 참지 못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혼자 웃습니다. 공자왈, ‘索隱行怪(색은횡괴) 吾弗爲之矣(오불위지의), 半塗而廢(반도이폐) 吾弗能已矣(오불능이의)’ 다른건 몰라도 누군가와의 약속을 몸이 조금 힘들다고 절대 중도에서 그만둘 수는 없지요. 인쇄소에 원고를 넘기면서 ‘또 틀림이 있겠지. 그때 또 읽어보자’하며 책을 덮어요. 그래도 새 아침에 오기 전 할 일 하나를 마무리했음에 시간을 벌었습니다. 늘어난 시간이 저를 힐링시켜준다네요. ‘시인과 함께 시를 읽는 모임’으로 가면서 가을풍경을 담아보렵니다.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당신의 흔적이 가득하소서. 오늘의 시는 천상병 시인의 <약속>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약속 –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10.14 약속2.jpg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만이 내 오늘의 삶이다
10.14약속1.jpg 독립운동가(언론인)이상재 선생의 말씀을 담고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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