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5 김형균<새벽편지를기다리며>
결혼 후 남편의 책장을 보니 수 백권의 시집들이 있었지요. 학생운동을 한 경력의 소유자가 감성이 풍부했던 이면에는 시가 있었던 것이지요. 25년동안 부부의 만남은 어느 정도 균형의 저울추를 갖게 되었죠. 매우 이성적인 아내는 글을 쓰며 부드러워지고, 극히 감성적인 남편은 조금씩 냉철한 이성 곁으로 왔어요. 특히 매사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삶을 강조하는 아내의 매일 아침 편지글을 보면서 남편은 드디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네요. 시를 쓰고 싶고 시집도 내고 싶다네요. 책방을 중심으로 글을 쓰는 문우들이 늘어났는데 그 속에 남편이 있어서 좋습니다. 시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심상을 표현하는 최고의 도구이지요. 글은 삶의 지혜를 길러주는 정수임에 틀림없지요. 남편에게 말했어요.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당신이 머무는 곳 어디서나 주인이 되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다- 모쪼록 올해가 가기 전 남편이 쓰고 싶은 글이 시집이 되어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오늘의 시는 김형균 님의 <새벽편지를 기다리며>.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벽편지를 기다리며 - 김형균
새벽에 깨어나
그 누구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정한수 올려 기도하는 마음이겠지요
몇 날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가슴으로 품어
우화된 문장하나
새벽편지가 되어 오겠지요
동트는 밤
에오스 장미꽃잎과 향기는 하늘에 서광이 되고
별을 헤아리다 들뜬 가슴은 기다림이 되지요
모니카의 편지는
안부를 묻지 않아도
이른 새벽 불쑥 창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