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6 이성선<가을편지>
“에코피아니스트” 라는 직업명이 있더군요. 에콜로지의 준말을 붙여 만든 이름으로 최대한 자연 생태적인 리듬의 피아노선율을 연주한다는 뜻이랍니다. 연주자가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음표가 가진 제소리를 표현하는 음악. 순간 저의 글쓰는 일을 ‘에코에세이스트’라는 말을 붙여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아직은 재능도, 소질도, 경력도 부족하지만, 말랭이 산마을에 산다면 왠지 그 이름에 어울리는 글을 쓸 것 같아서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 바람, 구름, 낙엽, 요즘은 기러기떼까지. 그들의 웃음소리를 보고 들으면 저절로 에콜로지의 명사가 되지요. 어제도 친구와 대야시장에 가서 소국화분 사다가 책방 앞에 놓기만 했는데도 세상 시름 다 잊었답니다. 여린 꽃잎 한 장의 보이지 않는 향기는 시경에 나오는 鳶飛戾天(연비여천) 魚躍于淵(어약우연)을 노래하는 듯했어요. 역시 가을은 국화의 시간. 편지를 쓰고 싶네요.
오늘의 시는 이성선 시인의 <가을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