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1 이해인<수도원일기2>
세상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정도 귀 기울여 들어보고,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할 것을. 뉴스 한 자락 듣는 데 인색하여 지난밤 일어난 이태원 희생자들의 울음소리도 모르고 잠만 잤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다고 핑계 대려는 제 맘에 어두운 장막을 쳐 놓고 울고 싶습니다. 자식같은 아들 딸들의 울부짖음이 하루 온종일 밤새도록 떠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엄청난 일에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듣는 건 오로지 슬픔으로 가득 찬 가슴 먹먹한 소리뿐입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의 가족 모두, 부디 무사하심을 기도합니다. 귀하고도 귀한 청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늘의 시는 이해인시인의 <수도원 일기 2>. 봄날의 산책 모니카.
수도원 일기 2 – 이해인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날씨 이야기를 할 때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며
기도한다고 말해줄 때
세상에서 일어나는
아프고 슬픈 일들을
함께 걱정하며
눈물 글썽일 때
우리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웃는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형제가 된다
애인이 된다
같은 시간인데도
수도원의 시간들은
날마다 다르게
하느님의 얼굴로 빛이 나고
하얀 소금꽃으로
경건하게 살아온다
낯선 이들이 만나
이렇게 가족으로 살아도
사람들은 계속
우리를 낯설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