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3 박재삼<울음이 타는 가을 강>
11월의 가을아침 하늘을 보신 적이 있나요. 편대의 우두머리 기러기를 따라가는 막내둥이의 몸짓이 낮게 깔려서 날아가네요. 다른 형제들보다 날개짓을 두 배나 더 하는 것 같은데 자꾸 뒤떨어져서 안쓰러웠어요. 들려오는 기러기소리도 왠지 시어처럼 들리니 제가 매일 시를 읽긴 하나 봅니다. 오늘의 편지가 200번째, 이 만큼의 시를 전해드렸지요. 일년 365일을 해보자 했으니 반 꼭지를 넘어섰군요. 매일 아침 시를 읽으면서 어떤 시가 좋은 시 인가 생각해요. 한마디로 말하라면 저는 무조건 오래된 옛노래처럼 흘러나오는 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요즘 정미조의 노래를 통해 1920년대 김소월시인의 <개여울>을 듣고 또 다른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순수서정시의 최고봉 이란 표현에 동감했습니다. 그 물결이 흘러 50년대 후반 서정시인 박재삼에 이르는 물줄기가 있군요. 그도 역시 ’시란 가장 쉬운 언어로 쓰여져야 한다‘라고 말했죠.
오늘은 그의 대표적인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낭독해보세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