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3 안도현<열심히 산다는 것>
해가 짧아지고 저의 잠은 길어지네요 ^^. 요즘 제 생체시간은 거의 7시를 코앞에 두고 알람을 울리니까요. 아침편지를 써 온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정신이 흔들리나 싶어 머리 한번 흔들고 기지개를 크게 펴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새벽5시 경만 되어도 창밖의 빛이 밝아오고 새들의 지저귐에 읽고 있던 책 속의 글자들도 저절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짙어지고 무거워지는 계절이 길어질지라도 이를 이겨낼 정신적 의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그 해답은 무엇일까. 정해진 궤도를 살짝 일탈하는 단막극이 필요하다 싶어 오늘은 바깥풍경으로 눈을 돌려보려 합니다. 저와 동료들의 에세이 최종 원고 교정본을 옆구리에 끼고서 말이예요. 좋아하는 구절 중에 이기철 시인이 말한 대목 -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과 같은 에세이의 완성을 위해서 오늘도 한번 뛰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열심히 산다는 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열심히 산다는 것 - 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 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