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29

2022.12.3 유강희<12월>

by 박모니카


어느 시인은 말했죠.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구요. 그럴까요. 오히려 가장 고마운 달은 아닐까요. 한 순간, 한 나절, 하루 밤이 주는 시간을 지난 열 한 달 동안보다 더 의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니까요. 아쉬움을 누를 희망의 씨앗이 담길 주머니도 준비하구요. 지난추억 중에서 가장 간직하고 싶은 모습을 한 장씩 꺼내보기도 하구요. 어제 시모임에서 찍은 사진 한 장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되었지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어린아이 같은 시인, 유강희작가님과의 시모임 올해 마지막 시간이었어요. 특별히 시인의 <12월> 시를 들려주며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한 여러 얘기들을 주고 받았지요. 매양 그렇지만 저는 많이 듣고 많이 배웁니다. 윤동주, 정지용시인의 동시이야기, 백석시인의 동화시 이야기 등을 듣다보면 한 순간이나마 저도 모르게 어린아이의 마음, 태고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있지요. 시로서 인연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유강희 시인의 <12월>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 -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선 흰 귀때기들이 소의 뜨거운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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