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33

2022.12.7 이정형 <새 달력에 쓰다>

by 박모니카

2023 새해달력을 받았습니다. 예전 같지 않게 사람들이 종이달력을 보는 일도 줄어서 달력을 만드는 수량도 줄었다고 해요. 저는 탁상달력에 약속은 물론이고 일기처럼 짧은 일상도 기록합니다. 나이들어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져 기록의 양이 늘어나 달력에도, 헨드폰에도, 다이어리에도 씁니다. 몇 번씩이나 쓰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쓸 때마다 마음다짐을 하는 일이니 이 또한 해볼 만하지요. 학원일을 하다보면 남보다 필요한 달력의 수도 많습니다. 모 은행의 달력 그림과 틀은 제가 쓰기에 유용해서 해마다 부탁해서 얻어요. 어제도 고맙게도 잘 얻어서 들고 오는데 왠지 새 보물을 얻은 듯 즐거웠어요. 새해는 무슨 글들이 이곳에 쓰여질까 생각하면서요. 올해 역시 뜻하지 않은 많은 일들이 채워졌었거든요.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일 투성입니다. ’알 수 없는 일‘이어서 희노애락을 포함한 모든 감정을 즐기기도 이겨내기도 합니다. 혹시 누군가 달력을 주시거든 그냥 받아두세요. 그 선물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모르니까요. 이정형시인(조선시대, 李廷馨·1549∼1607) 마흔한 살 때, 새해 아침 새로 나온 달력에다 적어둔 시라는 글을 하나 읽었는데 그 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 달력에 쓰다 - 이정형

行年四十已云多(행년사십이운다) 나이 마흔도 이미 많다 말하거늘

加一今朝又若何(가일금조우약하) 오늘 한 살 더 먹으니 이거 정말 큰일났네

從此逡巡爲半百(종차준순위반백) 예서 또 우물거리다 쉰이 되고 말 것이니

可憐無計駐頹波(가련무계주퇴파) 아 안타깝도다 달리는 세월 멈출 수가 없네


* 원제: 기축년 새 달력에 씀[題己丑新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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