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32

2022.12.6 정채봉<만남>

by 박모니카

인연에 인연을 맺으려면 십년감수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어젯밤 제 애완견 복실이가 먼저 문을 나서서 사라졌지요. 대로변 횡단보도를 건너갔다는 어떤 이의 말에 따라 두 시간을 돌아 다녔습니다. 평소 차량으로 이동하니 복실이는 길을 걸어 다녀본 적이 거의 없지요, 밤 중에 남편과 저는 근접한 아파트 단지를 모두 다니며 복실이를 불렀어요. 도중에 또 어떤 사람이 다른 대로변을 건너가는 걸 보았다고, 또 다른 사람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고....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젯밤은 장난 아니게 추웠구요. 저와 남편은 나뉘어 찾았지요. 모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나온 한 분 왈, “금방 강아지 한 마리가 지나갔는데요?” 담장으로 둘러싸인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남편이 찾았습니다. 학원에서 그곳까지, 큰 대로변을 세번이나 건너야하는 어둔세상. 잰걸음으로 걸으며 그 어린 눈에 비친 낯선곳이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복실이와 저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네요. 심야에 저희 부부는 누룽지를, 복실이는 제 밥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이제 12년 살았으니 더 오래 잘 살아라‘라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의 시는 정채봉시인의 <만남>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만남 –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12년동안 함께 살고 있는 복실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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