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48

2022.12.23 김광균 <설야>

by 박모니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설국나라로의 초대는 마냥 동심의 세상에 온 듯해요. 어제는 눈 때문에 힘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의 이기적인 감성은 저절로 저를 자연세상으로 이끌었어요. ‘멀리가지 말고 집 앞 월명호수로 가는 설국열차나 한번 타러가세’라는 남편의 말. 눈 깜짝하는 순간, 마법처럼 저는 눈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말도, 장갑끼고 사진찍으라는 말도, 넘어지니 손잡으라는 말도 하나도 들리지 않을 만큼 눈꽃에 취했지요. 정말 말 꽤나 듣지 않는 천방지축 각시지요.^^ 엄마의 동지죽, 학원부모님들의 염려에 에너지를 받고나니 거세게 밀려드는 눈발도 제 앞에서는 ‘아이고 기가 죽어!’했답니다. 오늘 새벽엔 밤사이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 저를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마 당신이 머무는 곳에도 왔겠지요. 그 손길이 한 주간 수고한 저와 당신의 등을 토닥거려 줄거예요. 한번 밖에 없는 오늘, 또 다른 눈꽃 세상을 찾아 나섭니다. 오늘의 시는 김광균시인의 <설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볼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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