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51

2022.12.26 채전석 <엄마생각>

by 박모니카

지난주 3일간 군산으로 폭주하던 설국열차를 타고 내리니 성탄절이었어요. 아침 일찍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죠. “엄마 메리크리스마스~~, 오늘 식사할까요?” “바쁜 네가 크리스마스는 기억하냐. 알았다.”“예수님이 오늘은 엄마랑 같이 놀으라고 하네. 짜장면에 탕수육 먹을까요?” 어린시절, 크리스마스때 동네 교회로 선물을 받으러 갔던 일이 언뜻 떠올랐죠. 외가 식구 중 엄마아닌 가족들은 모두 크리스쳔. 미국에 있는 이모들은 평생을 두고 엄마를 인도하려 하시고, 이제는 제게 천명이라며 책임지라 합니다. 전 무조건 알겠다고 대답하며 웃지요.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짜장면을 맛있게 드셨어요. 쌓인 눈길을 걸으면서 말씀하시데요. 생선장사 하느라 왕복70리 길을 걸으며 어린 너(5살)를 데리고서 고생시켰다고요. 어찌나 배가 고프든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남의 밭에 있던 무 두 개를 뽑아 저를 먹였다고요. 그해 겨울 눈이 참 많이도 왔었다고요. 엄마의 말은 늘 저를 울게 합니다. 어제도 그렇게 속으로 울었습니다. 오늘 당신께서도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보시겠어요? 채전석 시인의 <엄마생각>을 읽으며 다시 엄마 아빠를 불러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엄 마 생 각 - 채 전 석

사방공사 나가 배급받은 밀가루

마지막 남은 밀가루를 긁어 모아

한 줌 남짓한 수제비를 끓이며

엄마는 물 한 바가지를 더 부으셨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식구대로 한 그릇씩 푸고 나면

엄마 몫은 건더기 없는 멀건 국물

그마저 어느새 다 먹고 숟가락 빨고 있는

우리 그릇에 부어주고

찬물 한 사발로 저녁을 대신하신 우리 엄마

소쩍새 소리에 밤은 깊어가고

모깃불 연기 사이로 둥근 달은 서럽게 밝은데

어린것들 주린 배를 마음껏 채워주지 못해 서러웠던 엄마는

"참말로 동그란 것이 노릇 노릇 잘 익은 부침개 같구나"

달을 보며 한숨처럼 말씀하셨다

그 밤 늦도록 울던 소쩍새는, 잘 익은 부침개 같은 달은

엄마의 짧은 여름 밤을 얼마나 더 짧게 만들었을까?


이제는 배고픔을 견디려 먹지 않고

맛을 즐기려 먹을 수 있는 데

양(量)을 늘리려 물을 더 붓지 않아도 되는데

어찌 그리 서둘러 가셨어요

서럽게 지은 자식 농사 뒤끝도 보지 않으시고...


이젠 알아요

어머니는 피와 살로 밥상을 차리셨음을

내가 그 피와 살을 받아먹고 자랐음을.....

눈쌓인 옥구들 갈대숲
엄마 물닭을 따라다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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