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50

2022.12.25 김의중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by 박모니카

연이은 대설로 말랭이마을은 하얀 면사포를 쓴 천사들이 사는 천국 같았어요. 순백색의 빛을 담은 고깔모자를 쓰고 내려온 흰 나비천사들이 집집마다 내려앉았죠. 먼 나라로 설경을 보러가는 지인도 있었지만 저는 군산에서 아름다운 설경은 다 맛본 듯합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엄청난 괴리가 있지요. 짜디짠 쓰디쓴 염화칼슘가루를 뿌려대니 한순간에 흰 눈과의 이별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커다란 청소도구 하나 들고 책방골목에 올랐죠. 아직도 반짝이는 흰 눈 영혼들과는 사진 한 장으로 안녕을 고했습니다. 책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나니 이내 제 몸 구석구석이 쑤시며 아프더군요. 한여름의 더위처럼 온몸이 땀으로 적셨지만 책방 앞길은 트였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누가 이곳까지 올라올까요. 그래도 책방을 열고 혼자서 캐롤송과 리스화환, 포인세티아 꽃, 그리고 성탄 시 몇 편과 놀았습니다. 저녁에는 성탄전야 미사에서 올해 제게 축복의 손길을 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했구요. 성탄은 빛으로 낮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 예수님을 축하하는 날이죠. 예수의 말씀이 들리시나요. ‘사랑하라. 네 이웃을!’ 폭설로 상심한 우리 이웃을 사랑하는 법. 바로 그들과 함께 집 앞 눈도 치우며 함께 땀을 흘려보는 것이지요.

오늘의 시는 김의중 시인의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 김의중


올 크리스마스엔

창가에 촛불 하나 켜 놓으렵니다.

타는 촛불로, 밤새워

시간의 의미를 헤아려보며

메마른 가슴 외로운 눈물로 적시어

작은 소망의 기도를 드리렵니다.


용서하소서!

내가 가졌던 탐욕을..

남에 대해 편협하며, 이기적이며

마땅히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태만함까지..

다른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했음을..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녹색의 작은 별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계

이 땅에 사는 누구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기아와 질병과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

크리스마스에 오신 이의 마음처럼

녹아 내리는 이 촛불이

소망의 빛이 되어

우리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눈 높이..이상은 하얀나비, 현실은 중력낙하
항아리가 쓰고 있는 흰고깔모자
보기드문 우물과 고드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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