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60

2023.1.4 법정 <시절인연>

by 박모니카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지만 만나면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있지요, 어제도 그랬답니다. 아침부터 책방손님으로 강화도의 한 가족이 왔지요. 특히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만 해도 심장에 온풍기가 돌지요. 아빠는 원태연시인의 시집을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내에게 권여선작가의 소설을 선물했지요. 제가 가만 있을 리가 없지요. 초등 11살 딸에게 맞는 청소년 동화집, 제 에세이, 출판사에서 펴낸 시집 두권을 선물로 드렸답니다. 강화도에 함민복시인이 있다고 말하며 책 하나로 가족과 인연의 끈을 이었답니다. 세상 밖에 살며 인연에 무심하게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제게 온 만남을 기억하려 합니다. 일부러 기억하기도 하지만 저절로 기억나는 것을 어찌합니까. 다행스럽게도 이 나이까지 사람으로 곤란을 겪은 적이 없으니 큰 복입니다. 오후에는 15년된 인연 두 사람이 찾아와 빵 수다를 떠니 행복했어요. 호칭으로 제 본명을 부르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 저절로 마음이 열려졌지요. 동지 후 매일 날이 길어지네요. 더불어 주변 사물에 빛이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구요. 저의 작은 정성으로나마 인연에 빛 구슬이 꿰어지는 시간도 길어지길 소망합니다.

오늘은 법정스님의 시 <시절인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절인연 – 법정


불가용어에

시절인연 이란게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고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일이나 물건과의 만남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인 것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재물이든

내 품안에 내 마음속에서 내 손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1월의 인연책 <한시로 여는 아침>
강화도가족 , 책 보따리 메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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