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59

2023.1.3 이해인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by 박모니카

벌써 3일이네요. 당신의 새마음은 아직도 뽀송뽀송한가요. 해마다 ‘못가도 유효기간 한 달은 채워보자’ 했어요. 그러다 설날을 맞아 다시 한달, 또 새봄맞아 다시 한달, 그렇게 매달 이름표를 달다보니 일 년이 가 있더군요. 아마 올해도 비슷하겠지요. 제 아이들이 말하길, 현 정부 덕분에 제 나이 50대를 유지하게 되었다고요. 서류상 1년 더 벌은 50대. 어떤 마음으로 지천명을 받들까 생각한 어제, 주간 첫날. ‘도올의 중용’ 강의, 때로 시낭송 영상을 간막으로 저의 본업인 학원업무에만 열중한 하루였어요. 귀동냥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修(닦을수)입니다. 이 글자 하나에 들어있는 십 수개의 뜻을 읽어볼까요. - 닦다, 익히다, 연구하다, 꾸미다, 엮어 만들다, 고치다, 손질하다, 다스리다, 정리하다, 갖추다, 베풀다, (도덕, 품행을)기르다, 길다, 높다, 뛰어나다, 행하다, 뛰어난 사람 – 등. 修身(수신)을 잘해야 남을 위한 길닦이(修道)도 잘 하겠지요. 작심삼일(作心三日), 염려하지 마시고 또 작심삼일을 계속 하다보면 작심일년이 되겠지요. 오늘부터 제 마음 밭에 새마음 나무를 심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해인 시인의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 이해인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 약속, 첫 여행, 첫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있습니다.

새해 첫날

첫 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랑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 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시간들도

축복해 주십시오. 주님,

듣는 것은 씨 뿌리는 것

실천하는 것은 열매 맺는 것 이라는

성 아오스딩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걷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

이제는 삶 속에 뿌리내리고 열매맺는

은총의 한해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첫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 속에 바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 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아침


아침의 사람으로 먼길을 가야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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