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67

2023.1.11 이문구<옛날 아이들>

by 박모니카

쌀과 콩으로 강정(옥고시)을 만들자는 봉사단 이모님들의 제의에 바로 콜 했지요.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 가던 길, 강정의 재료로 쓸 초록쌀과 검정콩을 가지고 시장골목에 있는 뻥튀기집을 찾았어요. 무뚝뚝하지만 뻥튀기하나는 최고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갔어요. 취재나온 기자처럼 주인아저씨께 이것저것 물으니 당신의 뻥튀기 인생을 재밌게 들려주었죠. ”남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이 직업이 최고여. 짧으면 4분 길면 8분 만에 현금이 똑딱똑딱 나오는 알짜배기여. 이 일로 애들 다 키우고 속 부자인거 남들은 몰러.“ 호탕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진짜 자기인생을 살아온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습니다. 뻥튀기 기계의 부속이름도 알려주고 심지어 ‘뻥이요’하며 맘을 놓고 있던 저를 엄청 놀래키기도 했지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뻥튀기 기계에서 쏟아져나오는 강정재료들처럼 따끈하게 구수하게 흘러나왔어요. ‘추억은 뜰채와 같아서 흐르는 물처럼 생생한 시간은 틈 사이로 빠져나가 버려서 없네, 남은 것은’이라고 박노해 시인은 말했지만, 저의 추억은 뜰채보다 뻥튀기기계에 담겨지길 원했답니다. 쏟아져 나오는 구운 쌀과 콩이 하늘 아래로 펼쳐진 햇살보다 따뜻했던 어제가 그립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문구시인의 <옛날아이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옛날 아이들 - 이문구


옛날 아이들은

장난감이 귀해서

겨울이 가면

풀밭에서 놀았는데

풀물이 들고

꽃물이 들어서

깁고 기운 옷인데도

봄 냄새가 났다나요.


옛날 아이들은

먹을 것도 귀해서

여름이 가면

감나무 밑에서 놀았는데

감물이 들고

흙물이 들어서

땀이 밴 옷인데도

풋과일 냄새가 났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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