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70

2023.1.14 윤보영<그대는 누구십니까?>

by 박모니카

군산은 바닷가라서 그런지 종종 해무(海霧)를 몰고 있는 풍경이 있어요. 살랑살랑 봄기운이 묻어나는 실비를 드리운 안개가 하루종일 펼쳤었죠. 책방을 찾아온 지역의 어른들, 세 분 모두 예술인(문인, 화가)이어서 함께 이야기 자리에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어찌하다 불혹이라는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요, 공자시대 불혹이 40세, 요즘 시대로 보면 최소 60세 정도로 상향시켜야 된다고 말하니 일리 있다며 공감해주시더군요. 100세시대를 열고 평균 80세 이상의 수명을 유지하는 우리 삶과 현실적인 사회구조가 엇박자여서 오래된 말이래도 변화를 시키고 싶은 저의 생각이었죠. 불혹(40세)을 60세로, 지천명(50세)를 70세로, 이순(60세)를 80세로 승격시키면 좀 더 다른 멋진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전하면서요. 사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우리 몸과 맘은 그 숫자에 위축되는 경우가 흔하죠. 하지만 점심으로 찾아간 청국장집에서 주인장(나이드신 부모집)과 가족(취미로 그림그리는 중년의 딸)들의 기발한 반란에 다시 힘을 받고 왔답니다. 꿈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의 시는 윤보영시인의 <그대는 누구입니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대는 누구십니까? - 윤보영


차를 마시는데 소리 없이 다가와 찻잔에 담기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끼고 친구 되어 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비를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걸어나와

우산을 씌워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없는 강둑을 걷는 데 물 위에

미소짓는 얼굴 하나 그려놓고 더 그립게 하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푸른 내 마음에 그리움을 꽃으로 피우고

꽃과 함께 살자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커다란 별을 따서 내 가슴에 달아주며

늘 생각해 달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타고 달려와 내 마음에 둥지 짓고

늘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고 있는데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십니까?

그림. 청국장 집 딸(꿈은 간호사였지만 되지 못하고 그림그리기는 취미라고 말하는 그분의 모습이 정말 순수했어요)이 코로나에 청국장집을 오픈한 부모님의 오래된 집 안밖에 벽화를 그렸더니 소문난 청국장집이 되었다고 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