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285

2023.1.27 이양연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by 박모니카

설 연휴 덕분인지, 주중의 노고를 느낄 시간도 없이 1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네요. 새해 첫 달은 유독 길게 느껴지는데요 아마도 머릿속으로 세운 한 해의 계획을 순간순간 기억하기 때문이겠죠. ‘다짐’이라는 재장전의 방아쇠를 당기며 심장의 한복판에서 지켜보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어제 아침엔 법정 스님이 애송하는 선시집 한권이 와서 잠시 몰두하며 읽고 창밖을 보니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그제서야 까치들이 소란스럽게 책방 앞 의자, 난간, 전기줄 위를 부지런히 다녔어요. 10여 마리가 일제히 나무 가지 위에 앉더군요. 갑자기 고향 섬에 갈 때 새우깡을 던져주면 갈매기들이 달려드는 모습이 떠올랐죠. 뻥튀기한 튀밥을 하늘에 날리며 유인해도 오지 않았어요. 하긴 하늘에서 내려주는 하얀 눈송이가 더 맛있는데 쳐다볼까요. 차츰 눈에 쌓이는 책방의 안밖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고 계단을 오르는데 제 어지러운 발자욱이 보이더군요. 바로 30분 전에 읽었던 선시 한 구절도 새기지 못하고 방정을 떨며 다녔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은 마치 바람벽을 대하는 것과 같다’라고 한 공자님 말씀. 당신께서 시를 읽으신다면 바로 시인이 되는 거예요.

오랜만에 한시 한편, 이양연의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踏雪野中去 눈을 밟으며 들 가운데를 가다 - 李亮淵(이양연, 조선의 시인)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을 밟으며 들 가운데를 가려면은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난잡하고 어지러이 가면은 안된다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들판을 걸어간 발자취는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마침내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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