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93

2023. 2.4 박목철<입춘대길>

by 박모니카

오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네요.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이 말은 모두 알고 계실테니 뜻은 달지 않을께요^^ 봄의 전령사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따뜻한 날입니다. 말랭이마을을 둘러싼 월명산 나무가지 색도 하루가 다르게 붉은 기운으로 차오릅니다. 가지마다 꽃봉오리(꽃망울)가 얼굴을 내밀고 있더군요. 참으로 신묘한 것 중 하나가 ’절기’ 인 것 같아요. 한겨울 속 동지부터 태양의 자세가 바뀌더니, 소한 대한을 거쳐 다다른 그 빛은 ‘입춘‘의 대문을 활짝 열고 성큼성큼 들어와 또 한번 커다란 두 개의 복주머니를 던져 줍니다. ’大吉‘ 하고 ’多慶‘ 하라고요. 오늘은 주말이면서 내일 정월 대보름 행사가 곳곳에 있네요. 중동에서는 ’당산굿‘이라는 민속잔치도 있구요, 말랭이에서는 주말마다 어른들이 준비하는 ’막걸리체험과 파전잔치‘도 있어요. 책방에서는 땅콩과 호두를 넣은 주머니도 준비했어요. 오시는 분께 소소한 선물로 드릴께요. 입춘에 대한 시를 찾아보니 정말 좋은 시가 많아요. 눈요기처럼 읽어보다가 처음 듣는 시인 박목철님의 <입춘대길>이 와 닿습니다. 함께 읽어보시고, 오늘부터 정말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입춘대길 - 박목철


귀 기울이면

들린다


눈 덮인 동토(凍土)의 땅 밑

기지개 펴는 생명의 소리

시냇가 얼음아래

시린 겨울 녹이는 봄의 소리

동장군(冬將軍) 무서워

닫혔던 대문 활짝 열고

맞고 싶던 빈객(賓客) 봄뿐이랴


立春大吉

겨울을 견딘 소박한 바램일진데

대문 없이 달랑 현관문

갈 곳 없는 미아(迷兒)라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란다


벌집에 살아도

봄을 반기는 마음은 늘 그 자리

입춘인데, 대길(大吉)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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