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98

2023.2.10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by 박모니카

유독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날이 있지요. 닫힌 책방 문을 똑똑, 두 아가씨의 노크에 얼른 마중을 나갔어요. 제 아들 딸 나이려나 하고 물으니 딱 맞더군요. 조심스레 들어와서 꼼꼼히이책 저책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뻤어요. “혹시 시를 좋아하시나요. 어떤 시인이 좋으세요?” 단번에 ’안도현 시인‘이라고 답하며, 중학교 사춘기 시절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란 시로 큰 위로와 감명을 받았노라고 했어요. 저의 질문에 바로 답할 정도라면 보통 시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싶어서 오히려 제가 감동이었죠. 이십대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백석, 김소월, 안도현, 나태주, 김용택 시인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오호!! 너무 좋아요.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감탄사를 듣는 건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백석시인의 <사슴>집 필사본과 안도현시인이 좋아하는 시 엮음집을 고르는 그녀들의 우아하고 지적인 풍모(風貌)에 가슴이 콩콩 뛰었답니다. ‘아, 나도 저 나이에 이렇게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러움이 가득했어요. 붓펜과 다수의 필기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아름다운 청년, 그들은 분명 약동하는 봄의 천사였네요. 오늘의 시는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직접 필사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용인 청년들
필사하는 붓펜놀림이 보통 이상이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