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02

2023.2.14 곽재구 <섬>

by 박모니카

당신은 산이 좋아요? 바다가 좋아요? 라고 물으신다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 그것도 섬이 있는 바다라고 말합니다. 동해바다가 황홀한 붉은 일출로 아무리 유혹해도 서해바다가 더 좋아요. 끝이 없을 것 같은 긴 여정에서 숨 한번 크게 내 쉬고 다시 비상하도록 두 팔이 되어주는 섬. 그를 키워주고 닦아주고 믿어주는 서해바다. 늘 안옥한 품새로 삶에 지치고 흔들리는 이의 발걸음을 거둬주는 서해노을을 두고 딴 맘을 먹을 수가 없지요. 저는 천상 섬에서 태어난 유전자를 가진 여자입니다. 오늘은 제 고향섬이 아닌 제주도에 갑니다. 올해 말랭이 마을 어른들과 글방하나를 열어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하지요. 저의 경험이 부족하여 선례를 보고 도움을 받고자 제주 마을에서 글 교육을 받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어른들을 만나러가요. 개인적인 여행코스가 아니어서 협소한 시간이지만 잘 활용하여 좋은 경험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어젯밤에는 섬에 대한 몇 편의 시를 읽었어요. 섬에 갈 때는 바다 위 물살이 튀어오르고 갈매기의 끼룩소리를 들으며 새우깡 하나 주는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배로 가야 제맛이지만 오랜만에 해외(海外)가는 기쁨으로 다녀올까 합니다.

오늘의 시는 곽재구 시인의 <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섬 - 곽재구


섬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함께 지낸 이가 물 안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국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꺼억꺽 목놓아 울

둥지 하나를 놓아주기 위함이다.


달이 환한 밤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오는 사내에게

당신이 찾는 뼈들이

여기 누워 있어요

이정표가 되어주기 위함이다.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육신은 때로

얼마나 가슴 저미는 환영인지

스스로의 눈물 안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고향섬에 갈때 새우깡을 포착한 갈매기와 한 컷
하늘과 바다, 제 집 아닌 곳이 없는 저 새들의 자유.. 부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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