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05

2023.2.17 강연옥<시인의 아내>

by 박모니카

여행은 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라고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어제 아침 죽 한 수저 뜨는 걸 본 어머님들은 ‘그러니 몸이 약하지’라는 말에 웃음이 나와서 음식이 목에 걸릴뻔 했지요^^. 작년 1년 경로당에서 종종 어른들과 식사를 할 때 ‘밥심으로 사는거여’라는 말을 그려려니 하고 들었는데, 여행을 함께 다녀보니 건강의 비결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하루 밥 세끼, 서로 웃고 울고 나누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건강자산이더군요. 오히려 ‘어리고 몸이 약한??’ 제가 버벅거려서 염치가 없었답니다. 레드향 귤로 비타민 보충하라고, 수고했다고 등등 톡톡거리는 그들의 손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공항까지 각시와 말랭이 마을 어르신들 배웅나온 남편의 꽃다발에 미안해서라도 약속한 일을 잘 지키고 싶습니다. 3월이 오기 전 ‘새맘 다짐을 다시 해야지, 그중 첫째로 슬며시 몸에게 봄 창을 열어줘야지’ 하며 아침을 맞습니다. 오늘은 며칠 전 제주도 시인들의 작품을 찾아보면서 눈에 띈 강연옥 시인의 <시인의 아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인의 아내 - 강연옥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도와 마주보고 있는

오조리 '바다의 집'

바다에다 시를 쓰는 글쟁이와

그 시를 주우러 바다로 나가는

시인의 아내가 살고 있다


바다 물결이

옆으로만 흐르며

섬을 성산포로 떠밀어도

오랜 세월 마주 보며 살아온

부부의 끈끈한 정 잊지 못해

발 밑에 힘을 주고 서서

조난 신호 보내는 우도 등대

그날 밤 시인은

"우도 등대"를 물결 위에 쓰기 시작하고

등대는 밤새 불을 밝혀주었다


아침이 되자 밤새 들렸던 소 울음소리

백사장에 하얗게 드러누웠는지 간 데 없고

아내는 무료하다며 슬그머니 바다로 나간다

물결이 흩어놓은 시어들을

깅이 발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와서는

온갖 양념 바르고 기름에 튀겨낸다


남편 찾아온 친구 앞에

갓 튀겨낸 깅이 반찬과 소주 한 병 내어놓고

멀리 앉아 바라보는 아내의 소박한 미소

바삭바삭 씹히는 소리에

신이 나서 시를 읊는 시인의 밝은 미소


사람 사는 소리가 난다

살맛이 난다

추사관 돌담길 수선화
서귀포 산방산 유채꽃
김정희 세한정신을 되새기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