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26

2023.3.10 신재순<버드나무 약국>

by 박모니카


’동시’하면 왠지 어린이가 쓴 시 같지요. 어린이가 쓴 시는 ‘어린이 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감성으로 어른이 쓴 시는 ‘동시’입니다. 한 시인이 책방에 동시집을 두고 가셔서 읽어보았죠. 익히 알고 있는 안도현, 유강희 등 몇몇 시인들이 쓴 동시였어요. 작년에 유 시인과의 만남에서는 ‘손바닥 동시‘라는 용어를 알았어요. 손바닥 안에 세 줄짜리 시. 누구나 쉽게 시를 쓸 수 있음을 얘기했었죠. 같은 시인이 쓴 시라도 동시는 읽는 독자들까지도 어린이 마음으로 금새 이끌어주는 묘한 힘이 있어요. 어른으로 살고있는 우리들은 동시나, 어른을 위한 동화, 또는 어린이 그림책에서 힐링을 느끼죠. 저도 대학 때 정채봉작가의 <오세암>을 읽으며 처음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답니다. 안도현씨의 <관계> <연어>등은 지금도 종종 읽는 동화구요. 작년 책방행사로 어린이들을 초청, ’동시짓시‘를 해서 1등으로 뽑힌 초등생 작품이 붙어있어요. 올해도 어린이들을 위한 시 찬지를 기획하고 있구요. 갑자기 어른들이 쓰는 동시잔치도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나네요^^. 동시집을 주고 가신 신재순 시인은 지역에서 동시를 나누는 일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데요, 오늘은 신 시인의 <버드나무 약국>을 나눕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버드나무 약국 – 신재순


버드나무 껍질로

두통약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버드나무 약국을 생각했다

머리 아픈 엄마가 약 사러 가는 길가에

버드나무 가로수를 심어야지

수양버들이면 밤길에 무섭지 않게

나뭇가지를 알맞게 잘라주어야겠다

노랗고 빨갛게 꿈틀대는 버드나무 꽃봉오리를

애벌레라며 엄마를 놀리진 말아야지

엄마가 길 끝에 있는 버드나무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는 맑아져서

“아차, 내가 여기에 왜왔지?" 하다가

"우리 아이 줄 달콤한 비타민 하나 주세요."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엄마 머리를

살랑일랑 만져 주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가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몰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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