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39

2023.3.23 김정호 <개나리필때>

by 박모니카


요즈음 말랭이 동네는 매일 화려한 봄단장에 정신없지요. 울긋불긋 연지곤지 찍느라 바빠서 저 혼자만 짝사랑하는 것 같아요.^^ 진분홍 꽃잔디, 샛노란 개나리, 붉은 홍매화, 고매한 하얀 목련들. 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그 속을 채색하는 그들의 손놀림이 유려하죠. 돌담 밑자락에 기어오르는 꿀풀, 민들레도 제 모습을 보여준다고 조잘조잘. 책방에 놓인 화분들의 꽃들은 눈치보며 힘이 없어요. 어제는 책방 전면, 월명산 등성이에 아지랑이 피어나듯 희뿌연히 퍼져가는 그늘을 오래동안 지켜보았죠. 작년 삼사월 봄바람이 데려온 꽃향기에 취해 온종일 넋 놓고 살았던 때가 생각났어요. 올해도 그럴까요. 무엇을 ‘인지’했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 없어요. '예측'하지 못한 일은 마음속에 나비 한 마리를 태어나게 하죠. 그 일이 두려운 일이 될지 기쁜 일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니까요. 토요일에 있을 골목잔치를 준비하느라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니면서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을을 그려주는 자연의 손길에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답니다. 이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리는 사람들이 갑자기 부러워졌지만, ‘나는 글로서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 라고 생각했지요. 오늘은 말랭이 두 번째 책방 <다시봄날> 책꽂이에 놓을 책을 챙겨야겠어요. 책방 포토존을 꾸미고 싶은데 멋진 아이디어도 주세요~~ 오늘은 김정호시인의 <개나리 필 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개나리 필 때 – 김정호


하하

깔깔


봄 햇살보다 가벼운

아이들의 웃음 소리

나비인가 싶더니

꽃잎되어 파르르 떨고

꽃인가 싶어 다가서니

나비되어 훨훨 날아가네


봄 햇살을 한 곳으로 모아

일제히 등불 켜고 달려드는

저 병아리 떼

노랗게 물든 하늘


젊은 날, 한때

내 생도 저렇게

화려하게 피어 오르는

꿈을 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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