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50

2023.4.3 송수권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by 박모니카

사월이 눈뜨자마자 꽃천지인 주말을 맞이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네요. 때가 되어 나오는 지 봄이 불러 나오는지 지천에 꽃들의 아우성, 장난 아니지요. 병아리떼 개나리, 하얀 붓 목련에 이어 군산의 벚꽃들이 드디어 주인장의 호령과 함께 지팡이를 내리쳤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주말 내내 이곳저곳 드라이브 했어요. 꽃향과 꽃그늘이 이리 가득한데 책방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더없이 바보같아서, ’에라 나도 모르겄다‘ 하고 책방문도 닫아버렸지요. 시댁 과수원에 복숭아꽃이 피었을까 궁금하여 가는 길에 보니 세상천지 밥풀이란 밥풀은 다 모인듯한 조팝나무꽃이 보여 한참을 아래에서 놀았어요. 대학 때 다니던 전주군산 길, 벚꽃향연에 취해서 바람따라 흘러가는 꽃잎도 되어보구요. 차 안으로 흘러온 꽃잎을 집어 아들이 손에 건네주데요. 금주에는 그리스도 부활의 성찬이 있습니다. 피어난 모든 꽃들은 바로 그 ’부활‘의 상징입니다. 자연의 순리 속에서 인간도 역시 부활을 꿈꾸는 희망을 갖습니다. 오늘은 말랭이 글방 수업도 야외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십여 개의 정자를 둘러싼 자연의 선물들이 즐비한데 어찌 건물 속 냉기만을 만날 수 있나요. 눈으로 꽃도 만지고, 손으로 나무도 냄새맡고, 귀로 풀 이야기를 맛보는 야외활동. ’봄이 오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를 물어보고 싶어요. 아마도 또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말들이 쏟아질 것을 기대한답니다. 살아온 연륜이 피워냈을 꽃잎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까요.

오늘은 송수권시인의 <조팝나무가지의 꽃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 송수권


온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

사오월 우리들에 핀 욕심 많은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만 한 것이 있을라고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 귀를 모아본다.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

온통 즐거움의 소리들이다.

그것도 볼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발라서

머리에 송송 도장 버짐이 찍힌 놈들이다.

코를 훌쩍이는 녀석들도 있다.

금방 지붕 위의 까치에게 헌 이빨을 내어주고 왔는지

앞니 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 종일 피어날 줄 모른다.

조팝꽃기둥
손으로 훑어 하얀 밥 공기를 쌓고 싶다
전군가도 벚꽃잎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