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51

2023.4.4 김용택 <꽃이피고 새가울면>

by 박모니카

군산이 벚꽃으로 난리 났습니다. 눈을 감고 걸어도 귀를 막고 뛰어도 벚꽃들의 수다 덕분에 가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을거예요. 고등부 수업시간에도 말했지요. “사월의 벚꽃이 두 번 온다더냐. 내일이라도 점심 먹고 꼭 벚꽃나무와 꽃잎 한번 만져봐라.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운다고 인생이 아름답지 않아. 지금뿐이야.“ 공부만 하라고 할 선생이 하는 말이 웃긴가봅니다. 주말엔 제 아이들과 은파의 야밤 벚꽃을, 어제는 지인들과 월명산의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 속에서 놀았습니다. 이 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어찌 저만 그럴까요. 마음이 있으면 시간도 늘 기다립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봄의 공간과 시간의 입맞춤을 만들어내는 저는 분명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는 체험이 없으면 아무 생각도 못한다 라는 핑계를 대며 이곳저곳 기웃거려보니까요. 그랬더니, 어제도 짧은 글 하나 저장했지요. 혼자 만족하면서요. 아름다운 꽃을 본 순간에 꽃을 좋아하는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꽃을 보고 난 후에 꽃을 평하는 당신의 마음은 이미 식어버린 마음이거든요. 모든 것은 ’순간‘에 가장 의미롭고 소중한 무게추를 달아줍니다. 오늘도 저는 또 꽃을 만나러 갈거예요. 분명 꽃도 저도 어제의 모습이 아닐테니까요. 어제 만난 꽃이라도 아마 밤사이 만난 누군가와의 인연을 들려줄지 누가 알아요? 처음 듣는 꽃 얘기하나를 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두근두근거리네요. 마치 어린왕자와 장미의 대화를 제것처럼 끌어오겠어요. 오늘은 김용택시인의 <꽃이피고 새가울면>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꽃이피고 새가울면 –김용택


푸른 강을 지나며 매화꽃이 피었다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수유나무 아래 앉아 산수유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먼 마을에서 닭이 울고 오래된 툇마루에 살구꽃이 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산에서 산벚꽃이 하얗게 날려오는 꿈 때문에 홀로 일어나 어둔 산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진달래꽃 핀 것을 보았지만 진지는 몰랐습니다

봄맞이 꽃이 피었다고 아이들이 달려와 이르데요 가보진 못했답니다

산과 들이 빠르게 푸르러지더니

오동나무에 오동꽃이 피어나데요

산이 그렇게 혁혁한 공을 세우고

달빛이 방 안까지 깊이 찾아들어 내 얼굴을 덮었습니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생애 한 봄이 또 그렇게 갔어요

월명호수로 내달리는 벚꽃나무가지
책방위 정자에서 바라본 월명산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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