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53

2023.4.6 채전석 <목련>

by 박모니카

바람과 꿍짝꿍이 되어 내린 어제 오늘 봄비가 얄미워지네요. 하루 아침에 산벚과 목련꽃잎이 우수수 떨어졌어요. 얼룩지고 핼쓱해진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제 맘에도 그늘이 졌답니다. 때가 되면 다 그런거라고 말하며 오히려 어깨위 머리위로 손톱만한 사랑의 표식을 보내주지만 위로가 되지 않아요. 이 봄의 좋은 때를 붙잡고 싶어하는 제 맘은 당신 맘에도 보태지겠지요. 축축해진 꽃비길을 따라 걸으며 신발을 바라봤어요. 손으로 눈으로 봄의 흥취를 만끽하느라 제일 아래 있던 발눈의 애닲픔은 볼수 없었던 거지요. 이제라도 꽃잎길을 걸으며 제 발도 봄의 향기를 들이마셨으니 다행입니다. 어제는 한 손님께서 책대출을 하고 싶다고 해서 기다렸어요. 비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어서 올까 했는데, 거뜬히 오셨더군요. 처음 뵙는 분, 이런마을이 오래 살아 남아야한다고, 이런 책방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일부러 제 책방에 책대출을 희망했노라고... 마이클센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를 가져가셨습니다. 1분여 사이 이 작가의 베스트 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의 차이점도 살짝 언급하시더군요. 오랜만에 손님덕분에 정치사회에 대한 고민을 책으로서 펼쳐보았네요. 책방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읽고싶은 책, 재밌게 읽었던 책을 추천하는 기쁨이 어느새 바꿔지는가. 순간 무서워졌습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책을 사는 법을 몰라서 오는 것이 아닌데... 책방지기는 다시 첫마음을 떠올려봐야 했답니다. 떨어지는 꽃잎들은 다음해에 더 이쁘게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나가지만, 저는 다음 해, 또 그 다음해 라는 말을 쓸 자신이 없으니까요. 언제나처럼 ’오늘의 책방지기‘일뿐이니까요..

오늘은 채전석시인의 <목련>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목 련 - 채 전 석


4월 창공을 날고 싶어요

하얀 비둘기처럼 가벼웁게

더 많은 박수가 필요해요


무대 위 박수를 먹고 사는 마술사는

자꾸만 비둘기를 꺼내

어깨에 올려놓아요


어릴 적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지만, 아직도

마술은 비밀로 남아 있어요


꽃 향기 바람 불면

하얀 비둘기들 날개를 펴고

담장 밖을 기웃거려요


4월 창공을 날고 싶어요

웨딩드레스 입은 누이는

결혼행진곡에 발맞춰 걸었어요


그 밤 텅 빈 누이의 방문을

열어보고 돌아 선 뜨락엔

하이얀 면사포 쓴 누이가

달빛 아래 서 있었어요


4월 창공을 날고 싶어요

철새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떠난 어린 왕자처럼

아직도 못 이룬 사랑을 찾아

하루전 목련나무꽃.. 간 밤의 비바람에 숲길은 하얀연꽃잎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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