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1 박노해 <너의 어휘가 너를 말한다>
책방에 이어 출판사라는 명패를 달고나니 새로운 꿈이 생겼죠. 작년에는 어찌어찌해서 5권의 책이 출판사 <봄날의 산책>에서 나왔어요. 올해 계획을 세우며 최소 2권은 출판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아, 글쓰기 반 수업을 열어야겠다’ 생각하고 바로 짜임을 만들었죠. 1인 출판시대, 1인칭 작가시대. 저도 어쩌다 그 허약한 대류 속에서 이름하나 내걸고 살지만 매일매일 ‘이게 글인가?’ 하는 자성의 소리가 들립니다. 다시 한번 글쓰기 모임을 통해서라도 내 글을 다듬고, 더불어 새로운 문우들과 만나야겠다고 결정했죠. 글쓰기 지도 선생은 당연히 제가 아니지요. 삶의 연륜과 경륜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군산작가님을 모셨습니다. (그분은 말하길, 함께 좋은 글을 만들어가는 문우일 뿐이예요...) 아름다운 5월부터 20주간의 글쓰기 반이 시작된다 하니, 평소에 글을 쓰고 있던 분들이 신청하시네요. 저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자 머리를 굴리는 순간부터 바로 심장이 떨립니다.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다가올지 흥분되거든요. 아마 글쓰기 반에 신청한 예비문우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거예요. 참여하는 분들에게 ‘주관자로서 최선을 다할께요’ 라고 전했더니 저의 무한한 책임감을 믿는데요.^^ 글쓰기는 마법의 지팡이입니다. 쓰는 사람의 마음속에 출렁거리는 모든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해주고요, 타인과의 내면소통을 연결해주는 다리도 만들어 주고요, 글 한 줄로 세상 들판에 아름다운 혁명의 꽃을 피울 수도 있게 하니까요. 박노해시인이 말하네요. ‘나의 말씨가 세상 한가운데 나를 씨 뿌리는 파종이다’ 극한 공감에 한 표를 던지며 새벽의 여명을 맞습니다.
오늘은 박노해시인의 <너의 어휘가 너를 말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의 어휘가 너를 말한다 – 박노해 (1957- 현, 전남 함평)
말은 쉽게 통하지 않는다
어떤 단어를 주로 쓰는가
어떤 어휘가 통하는 사람과
만나고 사귀고 일하는가
나의 단어가 나를 말해준다
나의 어휘가 나의 정체성이다
나의 말씨가 세상 한가운데
나를 씨 뿌리는 파종이다
저속하고 교만한 어휘는
나를 추락시키는 검은 그림자
진실하고 고귀한 어휘는
나를 상승시키는 빛의 사다리
어휘는 나를 빚어가는 손길이니
내 인생의 만남과 인연과 걸음마다
맑고 높고 간절한 어휘가 새겨진다면
그 문맥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면
영롱한 이슬 맺힌 어휘로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간다면
결전을 앞둔 전사의 무기처럼
고요히 나의 어휘를 닦고 있다면
나의 말씨가 나의 기도이다
나의 글월이 나의 수호자다
나의 문맥이 나의 길이 된다
나의 어휘가 바로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