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8

2023.4.26 유진택 <밥에 대한 예의>

by 박모니카

책방을 열고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밀려난 일 중 하나가 급식봉사활동입니다. 코로나 첫해 2월, 타 봉사단과 함께 마스크를 만들면서 알게 된 군산의 무료급식장소. 무려 7-8곳에서 취약자들을 위해 점심 한 끼를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더군요. 청소년들의 장래희망과 맞물린 봉사활동만 지도하던 저에게 그곳 활동은 정말 다른 느낌이었죠. 벌써 4년째 함께 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노약자보다 더 취약해 보이는(?) 남편이 바쁜 저를 대신에서 매번 잊지 않고 활동현장에 나갑니다. 요 며칠 치통으로 불편했는데 어젠 유독 잇몸으로 식사하는 노인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말이 있다지만 오죽하면 그럴까요. 지팡이를 들고 두 손으로 밥그릇, 국그릇을 들기도 어렵지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며 밥과 국을 드리면, 10명 중 두세 분은 고맙다는 대답을 하지요. 평소와 달리 그들이 앉는 자리, 숟가락 젓가락을 드는 손, 먹는 입 등을 유심히 보았어요. ’ 오물오물‘ ’ 합죽합죽‘ ’덜컹덜컹‘ 이런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또 한 번 맘이 울컥해서 얼른 뒤돌아섰습니다. 갈수록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가 벌어지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흘러나오는 뉴스 중 대학생들, 신혼부부들, 십 수년만에 월세를 벗어난 사람들을 울린 전세사기 사건이 떠오르네요. 하긴 세상의 부당함이 어찌 이것 만일 까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인간의 고통사가 있지요. 맹자는 ’ 측은지심(惻隱之心)‘이야말로 인의예지 중 인(仁)의 단서라 했어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계명 ’ 네 이웃을 사랑하라 ‘ 역시 측은지심을 말합니다. 오늘도 ’ 먹을 밥 한 공기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이라고 기도합니다. 밥이 하늘이라 했으니, 함께 푸른 하늘을 덮고 따뜻한 기운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유진택 시인의 <밥에 대한 예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밥에 대한 예의 – 유진택(1958-현, 충북영동출생)


엄마는 밥을 먹고 나면 밥그릇을 살살 핥았다


엄마가 밥그릇을 핥는 것은 오래된 버릇

팔순까지 살아온 세월이 고생으로 사무쳤기에

밥그릇에 붙은 밥 한 알이라도 신앙처럼 여긴다

밥그릇이 깔끔해서 눈이 부셨지만

핥는 게 보기 민망해 밥그릇을 뺏으면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땅을 파 봐라

쌀 한 톨이라도 나오는지


감나무에 묶여 있는 백구도 그랬다

꼭 죽그릇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살살 핥았다


그것이 밥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아는지

죽그릇을 핥아대는 백구의 혀가

꼭 엄마의 혀 같았다

낡은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 어느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올듯... 함께 밥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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