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9

2023.4.27 김동리 <오동나무꽃>

by 박모니카

’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나요?’ 군산잡지 <매거진 군산>의 인물 인터뷰 때 묻는 필수 질문이지요. 만약 제가 질문을 받는다면 곧바로 ‘파랑’‘하양’이라고 말해요. 이내 손 저으며 거부하는 색 중의 하나가 ‘빨강’과 ‘분홍’ 계열인데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어제는 난생처음 분홍빛 개량한복을 입고 말랭이 동네를 돌아다녔으니 말입니다. 함께 활동하는 한복공예팀 프로젝트 중 ‘한복 입고 군산 홍보영상 찍기’가 있더군요. 제게 준비된 한복의 색깔이 하도 화려해서 거절했다가 이왕이면 홍보영상이니 시도해 보자 해서 용기를 냈죠. 새삼 한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가장 좋았던 것은 울퉁불퉁한 몸매를 가려준다는 점이죠^^ 간밤의 바람 덕분인지, 푸른 바다가 승천한 듯 미세먼지 하나 없이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장관이었던 말랭이마을. 매일 사는 동네인데도 휴양지 찾아 놀러 온 관광객이 되어 동네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네요. 새롭게 사는 삶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옷 하나만 바꿔 입고, 발걸음 하나 옮기며 눈길 한 번만 올려봐도 새로움이 곳곳에서 솟아나는 말랭이 일상. 아마 당신이 계신 그곳도 그렇게 바꿔질 수 있어요. 당신 마음 문을 열고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될 거예요. 산책길에 연한 보랏빛 꽃무리가 저를 내려다보았는데 오동나무 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나무아래 떨어진 꽃 한 송이를 다시 나무 골에 세워 주었네요. 잠시라도 동무들과 함께 있으라고요. 나무등걸에 잠시 서 있으니 은은한 향기로 답례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분홍 보라와 함께 한 날, 오늘은 또 어떤 색이 저를 찾아올까요. 오늘은 소설가이자 시인 김동리의 <오동나무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동나무 꽃 – 김동리(1913~1995, 경북경주)


오래 앓던 늙은이의

임종이 다가왔다

아버님 생각나시는 거 없으세요?

며느리가 물었다

오냐, 저기

늙은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 생각나시는 거 없으세요

손주가 물었다

오냐, 저기,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 오동꽃

식구들은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저기, 오동꽃

할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재실 앞 오동나무꽃 보인다

늙은이의 얼굴은 환히 밝아졌다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푸른 하늘 빛 가득 담은 오동나무꽃이 내는 푸른 종소리가 들리시나요.
저기 저 새파란 하늘, 흰 구름따라 덩실덩실 떠나고 싶다
한복공예 이현미, 정미옥 작가님들 덕분에 저 호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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