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6

2023.5.14 백석 <집게네 네 형제>

by 박모니카

제 형제 오남매의 어머니이자 당신 형제 중 장녀인 ’어부마님울엄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오늘 가족들이 모입니다. 생각만해도 오늘의 잔치가 신나지요. 저를 대신해서 언제나 할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쳐주는 제 딸이 준비한 할머니얼굴케이크를 비롯하여 각 집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네요. 저는 말로 먹고사니 잔치진행이나 해볼까합니다. 각 집마다 돌아가며 엄마에게 사랑의 말과 글을 헌사 할 시간을 나눠야겠어요. 어제는 책방을 닫고 이모와 엄마를 모시고 고군산군도 일대를 구경했는데요. 장자도의 모 카페정원에 들어가서 두분께 달달한 차를 대접했지요. 이모는 세계 그 어떤 휴양지보다 아름답다고 칭찬이 마르지 않더군요. 청명한 날씨덕분에 하늘도 바다도 파란물결이 출렁거렸습니다. 평생 ‘구경’이란 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엄마는 어제도 바위에 앉아 해풍쑥을 뜯으며, 몇십년만에 찾아온 동생에게 꼭 쑥떡을 해주겠다는 일념하나뿐이었죠. “구경이 뭔 구경이다냐. 섬 사람이 맨날 물만보고 살았는디.” “언니, 구경이 그냥 구경이예요. 오늘 조카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경하고 정말 좋네요. 나는 눈에 다 넣어가지고 갈거예요.” 형제에 대한 제 엄마의 생각표현은 항상 한마디- 개피를 새피에 붙이지 못하는 것이 형제다.- 였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형제가 귀해진 세상, 오늘은 특별히 형제간의 우애를 되새겨보는 아침입니다.

오늘은 백석시인의 동화시 <집게네 네 형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집게네 네 형제 – 백석


어느 바닷가 물웅덩이에

집게 네 형제가 살고 있었대

막냇동생 빼놓고

집게네 삼 형제는 집게로 태어난 걸 부끄러워했대


남들 같이 굳은 껍질 쓰고

남들 같이 고운 껍질 쓰고

뽐내며 사는 짓을 부러워했대


그래서 맏형은 야문 소라 껍데기를 쓰고

소라 꼴을 하고 소라 노릇을 했대

둘째 동생 게는 고운 조개껍질을 쓰고

조개 꼴을 하고 조개 노릇을 했대


세쩨 동생은 우렁이 껍데기를 쓰고

우렁이 꼴을 하고 우렁이 노릇을 했대.


그러나 막냇동생은 아무것도 안 쓰고

집게 모습 그대로, 집게로 태어난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대


그러던 어느 하루

밀물이 밀려와 웅덩이가 물속에 잠겨버렸대

이때 소라를 먹고사는 이빨이 쎈 오뎅이가

밀물 따라 밀려온 소라를 보더니만

우두둑 우두둑 깨물었대

소라껍데기 쓰고 소라 꼴을 하던

맏형 집게는 이렇게 그만 죽고 말았대


그러던 어느 하루

난데없는 낚시꾼이 오더니 웅덩이를 갸웃거렸대

그리고는 망둥이 미끼하는 조개를 보더니만

얼른 주어 돌로 쳐서 오지끈 오지끈 부수었대

조개껍질 쓰고 조개 꼴을 하던

둘째동생집게는 이렇게 그만 죽고 말았대


그러던 어느 하루

부리 힘이 쎈 황새가 개흙 묻은 발 씻으러

물웅덩이에 날아왔대

황새가 좋아하는 우렁이 기어가자

야문 부리로 우렁이 등을 쪼아 오싹오싹 조각을 냈대.

우렁이 껍데기 쓰고 우렁이 꼴을 하던

셋째동생집게는 그만 이렇게 죽고 말았대.


아무것도 안 쓰고 집게 모습 그대로

집게로만 살던 막냇동생은

오뎅이가 떠와도 낚시꾼이 기웃해도

황새가 찾아와도 겁이 안 났대.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워 않은 막냇동생 집게는 탈 없이 잘 살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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