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7

2023.5.15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by 박모니카

오월 가정의 달에서 기억해야 할 세 번의 기념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 이 중 가장 고약하게 변모한 것이 바로 오늘, ‘스승의 날’. 기본교육기관인 학교에서조차도 스승의 날 행사를 두려워하지요. 정도(正道)를 벗어난 못난 세상사람들의 행위들로 인해 참 스승을 기리는 일이 어려워졌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반드시 학교 선생님께 인사드리라 말합니다. 감사의 편지를 써보라 전합니다. 굳이 옛말을 꺼내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법이다’라고 말하면 요즘 세상에 완전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을 하겠다는 교사가 5명 중의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뉴스기사는 정말 씁쓸하지요. 전 누가 뭐래도 최고의 직업호칭으로 ‘선생님’이 좋은데요. 그래서 우리 어른세대는 어린 학생들에게, 자녀들에게 교육시켜야 합니다. 부모와 스승을 대할 때 예(禮)를 갖추고 영어, 수학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인생공부의 근본임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좋은 선생님은 인생의 길잡이임을 꼭 기억하도록요. 저도 고1때 영어과목을 지도했던 담임선생님의 영향으로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지금 이 나이까지 영어는 제 삶의 가치수단이 되고 있으니까요. 또한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저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날이 되겠습니다. 말랭이마을 글방수업날인 오늘, 어머님들의 구령소리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를요. 평생교육세상인 오늘날, 아마도 연령에 상관없이 여러분께서 특별한 맘을 갖는 선생님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께 감사의 글 한 줄이라도, 전화 한 통이라도 드리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도종환시인의 <어릴 때 내 꿈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릴 때 내 꿈은 – 도종환(1955-현, 충북청주)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과 차 한 잔 마시면 더 좋을 너른들판 카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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