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8

2023.5.16 김영랑 <오월의 시>

by 박모니카

말랭이 동네글방 1교시를 마치고 톡을 보니 긴 글 하나가 와 있었습니다.

제 아들의 편지였어요. 한번 읽어보시렵니까.


‘나의 첫 스승님들께!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가 통상적으로는 교육기관에서 많이 사용되고, 학교에서 재직하는 저도 학생들에게 편지를 처음으로 받아봅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동안 만난 아이들이라 그런지 누군가에게 감사표현을 받는다는 행위는 쑥쓰러우면서도 제 자신에게 깊히 와닿음을 알게 됐습니다.

(중략)

저의 삶에서 그 어떤 교사들, 교수들보다 먼저 저에게 가르침과 사랑을 주시던 부모님. 저의 첫 스승들께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합니다. 저와 동생 지원이, 우리의 첫 스승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항상 사랑합니다.’


뜻밖의 편지글에 놀랍고 고마웠지요.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큰 스승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그중 제일이 부모님이요, 다음이 제 아이들이지요. 인생을 결혼 전과 후로 나누는 이모작이라면 두 번째 농사도 잘 지었다고 지인들이 말해줍니다. 맞는 말씀이라고 잘난체를 하네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을 나누는 일은 쉽지만 그 지식이 온전히 그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줄까를 고민하게 되니까요. 특히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 영어만이 아니라 넓은 영역으로 상담을 자주합니다. 저의 말 한 토씨로 힌트를 얻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눈 떠보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동시에 또 하루가 끝나가지요. 눈앞에 시간의 시작과 끝이 있어서 오히려 더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월의 신록은 20대 청년의 기개를 능가하며 뻗어나가는데, 저는 늦잠자는 횟수가 늘어나고... 오늘은 특별히 정신무장을 해야겠어요. ^^

김영랑시인의 <오월의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의 시 – 김영랑(1903.-1950 전남강진)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겨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당신을 향해 깨어있는 순백의 믿음과

고난을 이겨내려는 성실의 소망이

우리 가슴에 핏줄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 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군산은파호수 둘레길 야경을 보며 깊어가는 오월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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