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1 박목월 <이런시>
아이들이 있는 곳이 천국이라 하지요. 다른 때와 달리 어제의 골목잔치마당은 아이들 덕분에 더욱 흥겨웠어요. 청년들이 준비한 비누방울과 솜사탕 묘기로 순식간에 골목안마당에 아이들에 몰려들었거든요. 저도 잠시 아이들처럼 ’소리질러‘를 따라하며 비누방울처럼 떠다니고 솜사탕처럼 달달 녹기도 했었네요. 때마침 책방행사 <시화캔버스만들기>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KBS방송팀, 도대체 골목잔치가 뭐냐며 일부러 마실 나온 엄마와 이모, 행사 때마다 힘들지 않냐며 도움을 아끼지 않는 많은 지인들까지...어제도 참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잠이 들었나봅니다. 눈을 뜨니 평소보다 늦은 아침, 피곤으로 몸이 엄청 무거워도 일요일이라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 누구를 만나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기대어 천상의 쉼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 한잔 마실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갖도록 고쳐 앉으면서요. 어제의 잔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모습에서 빨리 제 본연의 홀로된 모습으로 돌아오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야 또 다른 관계의 그물을 짤 수 있는 마음으로 충전되니까요. 사람사이 관계, 그것도 ’좋은 관계‘를 위해서 제 마음부터 적절한 공간배치를 할 줄 알아야겠어요. 평생 어부였던 제 아버지가 그물을 짜던 그 손처럼 오늘은 저도 마음의 그물코를 튼실하게 조직하는 참 어부가 되어볼까해요. 이런저런 시 몇 편 읽으면서요. 참고로 오늘이 부부의 날(5.21)이라고 해요. ~~
오늘은 박목월 시인의 <이런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런 시 – 박목월(1915-1978 경북월성)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하는
그런 시,
대수롭지 않게
스쳐 가는 듯한 말씨로써
가슴을 쩡 울리게 하는 그런 시,
읽고 나면
아, 그런가 부다 하고
지내쳤다가
어느 순간에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는
그런 시,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시,
슬며시
하늘 한 자락이
바닥에 적셔지듯 한
푸나무와
푸나무 사이의
싱그러운
그것 같은
그런 시,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쳐다보는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밤하늘의 눈동자 같은
그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