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8

2023.6.5 박이화 <만월>

by 박모니카

오늘 새벽엔 말랭이마을 ‘동네글방’ 어머님들의 수업을 준비했죠. 제가 맡은 문해교육 필수 교과서 1번이 끝나고 오늘부터 2번이 시작되거든요. 내용을 읽어보니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교과서의 특징상 소위 심화학습부분이 있군요. 이제 우리 어머님들도 수업의 패턴을 익힌지라 한마디만 던져도 백 마디로 이해하신답니다. 그래서 저도 궁리중이죠. 어떤 새로운 패턴을 적용할까. 일단 오늘은 생일케익을 준비해요. 이번 6월까지 생일이신 분들을 위한 작은 케익이죠. 한마을에 살면서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안다 할지라도 생일날 편지를 받는다면? 분명 특별한 기분이겠지 싶어 생일을 맞은 분들에게 읽어드릴 손편지를 써 오시도록 했는데요. 우리 학생들이 과제를 다 했을까요^^ 써오지 않았다면 말솜씨들이 워낙 좋으시니 즉석에서 음성편지를 들려드리도록 할거예요. 편지하면 아마도 일 년 넘도록 쓰고 있는 저를 따라올 이는 드물겠지요. 고등학교 때 황동규 시인의 시 <즐거운 편지>가 하도 좋아서 달달 외우고, 혼자 이런저런 상상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정말 멋진 표현 아닌가요. 우리 마을 어머님들도 이 구절에 맞는 사연 한자락 쯤은 있을거예요. 조만간 어머님들께 연애편지를 써보도록 할까,,, 갑자기 제 마음이 장난치고 싶어하네요~~. 오늘은 박이화시인의 <만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만월 – 박이화(1960-현, 경북의성)


누군가 한 달에 한 번

노을처럼 붉디붉은 잉크로 장문의 연서를 보내왔다

미루어 짐작컨대

달과 주기가 같은 걸로 봐서

멀리 태양계에서 보내는 것으로만 알 뿐

그때마다 내 몸은

달처럼 탱탱 차오르기도 하고

질퍽한 갯벌 냄새 풍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편지

찔끔, 엽서처럼 짧아지더니

때로는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아마 머잖아 달빛으로 쓴 백지 편지가 될 것이다

불립문자가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이 저 허공 속 만개한 이심전심이라면

이렇듯 일자 소식 없는 것이 몸경이라면

저 만면 가득한 무소식이야말로 환한 희소식

누군가의 말대로 내 몸 이제 만월에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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