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7

2023.6.4 안소연 <구겨진 신발>

by 박모니카

엄마의 새벽부름이 있습니다. ‘목욕 안갈래?어제도 어디 갔다 왔다는디 피곤혀서 자야겄지야. 늦게라도 갈 수 있겄냐.’ 벌떡 일어났습니다. 무조건 갈 수 있다고 대답하지요. 제가 이미 부모이니 그 마음을 헤아리는 데 한 점이라도 보태려고 노력합니다. 시인 김소월도 말했지요. -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저도 이제는 어딜 갈 때마다 자식의 면면이 저를 대신하는 나이가 되었답니다. 특히 장성하여 결혼해도 되겠다는 말을 듣는 아들딸이 있으니, 부모로서 제 모습을 다시 그려보는 일이 잦지요. 저는 운좋게도 부모님의 슬하에서 많은 걸 누려왔는데요, 특히 큰 딸로서 사랑받으며 부모는 저를 늘 자랑스러워 하셨지요. 아마도 그렇게 심어진 자존감이 지금까지 저를 흔들림없이 살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딸과 데이트를 하면서 딸의 언행 하나하나에 심겨진 ‘자긍심의 씨앗’이 잘 자라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다 커서 결혼을 해도 처음 만났던 바로 그 모습이 가장 선연하다고 합니다. 결혼무대에 서 있는 자식은 어느 나라의 공주, 왕자보다 더 아름다운 최고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 태어남부터 죽음까지의 과정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부모가 되어 자식을 보는 것’ 이겠지요. 욕심을 더 내자면 그 자식이 또 다른 인연을 만나는 것, 그 인연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과하다 하겠지만 이 마음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아이고, 글 수다를 떨다보니 목욕가시자는 엄마가 기다리겠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휴일되시길 바라며, 안소연 시인의 <구겨진 신발>을 보내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구겨진 신발 – 안소연(1988-현, 충북제천)


흙이 묻은 채 구겨져 있는 신발을 바라보면

당신의 하루가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고단했을 하루가 지나가도

다시 또 고단해질 당신의 내일이 슬퍼져 옵니다


당신은 그 슬픔이 당신의 행복이고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합니다


내일은 당신의 신발에

조금 덜 흙이 묻고 덜 구겨져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신발에 아직 흙이 묻어있고

당신이 아직 곁에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당신의 내일이 우리에게도 행복이고

우리가 함께하는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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