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6

2023.6.3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by 박모니카

사람과의 만남에서 가장 큰 선악과는 아마도 ’부러움‘이 아닐까요. 상대방의 멋진 모습이 부러워서 닮고자 하는 마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모습이지요. 흔히 ’저 사람 부럽다‘ 라고 하는 기준에는 직업이 좋은 사람, 머리가 좋다는 사람, 얼굴이 예쁜 사람, 건강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사교성이 좋은 사람, 성격이 원만한 사람, 말과 글을 잘 쓰는 사람, 등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요. 어제 한 모임에서 이 ’부러움‘이란 말이 유독 많이 등장했었는데요, 저녁 잠자리에서 펼친 박재희씨의 <3분 고전>책의 목록을 읽다보니 좋은 비유가 있어서 그 글을 축약하여 전합니다.


-《장자》 <추수>에는 가장 아름다운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설상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라는 동물이 있었는데 발이 100개나 있는 지네를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네는 거추장스러운 발 없이도 어디로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했습니다.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이 부럽고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이 부러웠습니다. 눈이 마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냐고. 마음은 대답하기를 자신이 가장 부러운 것은 발이 하나밖에 없는 전설상의 동물 ‘기’ 라고 했다네요. / 夔憐蛟(기련현), 蛟憐蛇(현련사), 蛇憐風(사련풍), 風憐目(풍련목), 目憐心(목련심), 心憐夔(심련기) -


사람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사는 것이 운명인지도 모르겠어요. 마음마저도 부러운 대상이 있는 걸 보면 끊임없는 순환세상 속에서 제가 살아가는 거지요. 세상살이의 즐거움과 고단함도 내 마음속에 이 부러움을 어떻게 심느냐가 중요하구요.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면, '부러우면 지는 거야!'라는 말을 떠 올려보세요. 그러면 알게 되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러운 대상은 ‘바로 나’임을. 주말이네요.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을 찾아 길을 떠나보세요.

오늘은 이기철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1943-현, 경남거창)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가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6.3 부러움.jpg 날개하늘나리꽃... 아마 이 꽃도 당신을 제일 부러워할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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