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6 천양희 <신이 내게 묻는다면>
‘말은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그 말, 참 맞는 말이예요. 배움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는 그 말 역시 참 말이구요. 평소에도 사람의 말소리를 많이 듣는 위치에 있지만, 어제 유독 참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말랭이 어머님들이 서로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편지‘, 그 애틋하고 눈물겨운 말, ’휴일인 오늘 꼭 남편과 구워드세요’ 책방에 고기를 들고 온 선배의 지극한 말, ‘남의 말을 따라가지 말고 물음표를 던져 나의 것으로 만들어라’ 지혜의 샘물을 마시는 법을 들려준 지인의 말 등은 저를 살리는 말이었죠. 반면에 권력의 완장을 맘껏 휘두르며 그 무게의 형벌이 무서운 줄 모르고 ‘내 말이 법이야’처럼 들리게 했던 어느 기관장의 말은 불쾌하고도 격이 낮은 최악의 말이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격(格)’이란 글자를 붙일 수 있는데요 특히 사람에게 붙이는 인격(人格)은 사람으로서의 품격(品格)을 뜻합니다, 이 격의 단계를 보여주는 일등공신이 바로 말입니다. 그래서 말에도 격이 있다는 ‘말의 품격’을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고전명언이 써 있는 책 《명신보감》에 이런 표현으로 말의 중요성을 들려주는군요. ‘利人之言(이인지언), 煖如綿絮(난이면서), 傷人之語(상인지어),利如荊棘(리어형극) - 상대방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말 한 마디는 따뜻하기가 마치 솜과 같고,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 한 마디는 날카롭기가 마치 가시와 같다.’ 누군가가 제 말의 가시에 찔려서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어요. ‘내가 솔직하게 너를 위해서 말해주는데 말야’라는 말부터 브레이크를 걸어야겠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거침없고 솔직을 위장한 말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위험하고 심장 떨리는 급발진이 되었을까... 갑자기 몇몇 예전 일들이 생각나구요, 그때는 참 철이 없었구나 싶네요. 오늘은 철분영양제라도 먹고 ‘철든 하루’를 담은 풍경사진 사냥 다녀볼까해요.
오늘은 천양희 시인의 <신이 내게 묻는다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신이 내게 묻는다면/ 천양희 시인(1940-현, 부산출생)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풀은 자라
푸른 숲을 이루고
조용히 그늘을 만들 때
말만 많은 우리
뼈대도 없이 볼품도 없이
키만 커간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