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50

2023.6.7 조병화<의자>

by 박모니카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좋게 만드는 말 드물지’ 라는 노래가사가 있어요.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남편의 베프, 김선생님과 현충일 점심을 먹었지요. 전날 선배가 선물해준 소고기구이에 밭에서 갓 따온 상추,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함께요. 가장 오랫동안 만나온 가족과 다름없는 인연이지만 어젠 특별히 더 맘이 통하는 대화가 즐거웠어요. 말랭이 어머님들이 매주 시를 듣고 낭송하는 시간이 있는데 금주에는 김춘수의 <꽃>으로 감동했다고 말했더니 학교의 어느 학생들 얘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중3인 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에서 무례하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타인으로부터 완전 무시의 대상이었는데, 김선생님과 처음 만났어요. 처음엔 선생님도 학생들의 행동이 너무 비상식적이어서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데요. 그런데요, 다른 선생님과 달랐던 점은 그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는 점이죠. ‘왜 그렇게 이상한 화장을 하는지’ ‘그 이상한 웃음소리는 선생님을 무시하는 것인지’ 등. 신기한 일이 일어났데요. 며칠 뒤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부끄러운 행동이었음을 고백했다네요. 너무 놀라 선생님도 ‘너희들이 또 나를 놀리냐?’라고 물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라며 등을 토닥토닥. 화장도 옅어지고, 선생님을 찾아와 심심한 얘기도 하고 그러더래요. 선생님이 한 가지를 제안하길 ‘시 한번 외워볼래?’ 그렇게 시작한 시 암송. 어제 제가 바로 그 학생들의 사진과 시 낭송영상(윤동주의 서시)을 보았답니다. 교육의 본질은 ‘누구든 변화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죠. 교육자는 바로 그 ‘변화‘를 이끄는 많은 사람 중, 가장 고귀한 존재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요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 해도, ’선생님’은 여전히 성장과 변화의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존재.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시(poem)’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오늘 저도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를 찾아 ‘시(詩)’ 한편 읽으며, 학생들이 시 암송 시 ‘부끄러운 하하호호’ 했던 그 설렘 가득한 목소리를 함께 느껴볼까 합니다. 조병화시인의 <의자>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의자 – 조병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 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해질녘 금계국도 하늘하늘 바람을 데려와 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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