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8 오세영 <나무처럼>
책방에 새 책이 오면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다 읽냐구요? 그럴리가요. 그런데도 책 속의 글자들이 모두 제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 시력이 나쁜 제 눈에 빛을 주듯 ‘순간개명(開明)’이 되는 이 기분. 다 읽지도 못할거면서 바리바리 책 10권을 들고 왔답니다. 학원의 중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어 신청한 청소년 시집(너를 만나는 시, 창비)은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며’라는 부제를 담고 있네요. 시인 함민복과 학교교사들이 50여명의 시인 작품을 엮어서 시집으로 만들었어요. 우리 청소년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갑자기 어제 소개했던 중 3여학생들이 떠올랐어요. 어제는 김춘수의 <꽃>을 낭송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언젠가 이 학생들이 책방에 오면 시집을 선물하고 싶어졌어요. 너무 기특해서요. 함 시인이 엮은이의 말에서 공자의 말을 전했군요. -모든 것은 관계에 의해서 존재한다. 시를 읽으면 감흥이 생기고 사물을 관찰하게 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그릇된 일에는 화를 내 그 일을 풀 수 있게 된다. 또 부모를 섬기고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다. 시를 읽지 않으면 높은 담을 마주 보고 서 있는 것과 같이 된다.- 우리 청소년들의 교육과정에 ‘시 읽기’를 필수로 넣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 ‘사람이 제일 중요한 세상’에서 자긍심을 가진 주인으로 살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저는 책방 글쓰기 팀들의 수업에 갑니다. ‘여행’이란 주제로 어떤 글을 써 왔을까. 어떤 사람의 글이 제 맘에 빛을 담은 글자를 쏟아부을까. 아마 발꿈치만 살짝 들어도 키가 한 자락이나 커질 듯, 발밑에 있는 부스터가 저를 담장 위로 훌쩍 넘어가게 해줄 것 같아요.
오늘은 오세영 시인의 <나무처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무처럼 – 오세영(1942-현, 전남영광)
나무는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히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