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책방 뒷벽에 군산과 마을의 근대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지더니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어느새 벽화는 저절로 포토존이 되어 발길도 멈추게 합니다. 저는 그림 이외에 다른 곳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능소화피던 자리였지요. 작년 이때쯤 벽을 타고 오르던 줄기와 잎들이 넘실대더니, 한여름 주홍빛 능소화가 선보여서 사진 꽤나 들이댔었죠. 그런데 벽화를 그린다는 소식에 살아있는 능소화풍경이 낫지, 무얼 그릴까 했어도 시 행정의 생각은 달라서 지금의 벽화가 된거지요.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다시 일년이 되어 능소화잎이 나타날까 궁금했어요. 아니나다를까, 스물스물 벽을 타고 오르는 기세가 담쟁이넝쿨은 저리가라 하더군요. 다시 만난 벽화가 이쁜 새색시 화장을 했으니 낯설만도 하건만, 줄기와 잎은 매일 벽화의 주인공들과 얘기하는것이 신난듯 올라가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의 괭이와 삽, 낫질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그 능소화줄기들을 다 거두고 있더군요. 이유는 하나. 줄기가 벽화를 망친다고 하면서요. 시 행정의 일이 제 맘 같지 않아도,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또 들어줄리도 없었지만 속상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한목숨이라도 건져야 될 무슨 책무 같은 맘이 일어서 부탁을 했지요. 삽으로 떠서 능소화 몇 수만이라도 달라고요. 화분에 심어보겠다고요. 일하시던 분이 ‘그건 가능허요. 다른데 심어도 야들은 생명력이 좋아서 잘자라요.’라고 말했어요. 제 손에 넘어온 능소화 뿌리와 줄기를 화분에 옮겼는데요, 어찌 한 송이라도 피어날까요. 책방 주변에는 온통 시멘트라 땅 조각 하나 없어서 부득이 화분에 심었답니다. 산다는 것은 모지락스러워야 참 맛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요, 이 능소화 뿌리야말로 가엽고 못난 처지 생각말고 모질고 억세게 살아남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