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1 권오삼 <장미꽃>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의례적으로 쓰는 말이라서 당연히 그런 가보다 생각하지요.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 맘을 모를 때 비유하곤 하는데요, 생각해보면 물속은 들어갈 수 있으니 열길 아니라 천 길이라도 알 수 있을테지만, 사람 속은 들어갈 수 없으니, 그 길이 한 길인지, 수천 길인지 조차도 모르니 어찌 그 맘을 다 알 수 있겠어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 속을 한 길이라고 표현했으니 망정이지, 두 길만 되었으니 세상사 인간사 별의별 역사가 다 등장했겠구나 하는 잡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하여튼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다듬고자, 오랜만에 한국화수업에 갔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가서 붓을 잡으니 그림능력의 발전이니 뭐니 말할 염치도 없지만, 막상가서 지도선생의 그림 한번 보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어‘라는 기백이 올라옵니다. 특히 요즘 김주대시인의 시와 화집을 연달아 보면서 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시인처럼 되고 싶은 제 맘속의 한 길이 넓어지고 있었거든요. 시인으로서, 화가로서, 민주깨시민으로서 바라보는 외형적 모습도 있겠지만, 이 시인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사람향기, 빈 공간의 소리를 닮고 싶은 1인입니다. 6월하면 장미의 계절, 선생이 채본해준 장미 꽃 그림은 비 소식으로 후텁지근한 날씨에게 뿌려주는 자연의 향수 같습니다. 미술, 음악, 글쓰기 등을 포함해서 배움을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전문가들의 재능을 아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시의 정책들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매우 적은 비용에 학습자의 끈기만 첨가된다면 참된 평생교육을 얻을 수 있지요. 저도 좋아서 하는 글쓰기처럼 다른 취미에도 ’끈기‘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볼까 하며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문화도시팀과 책 마을 구경갑니다.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제 맘속에 들어올 모습은 멋진 풍경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권오삼시인의 <장미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미꽃 – 권오삼(1943-현, 경북안동)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줏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하게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