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65

2023.6.22 곽재구 <단오>

by 박모니카

작년 같으면 하지(6.21)날에 하지감자 캔다고 난리법석, 절기에 대한 글 한줄 남겼으련만, 늦게 심은 감자라 잊었는데 아침 달력을 보니 어제였군요. 이제부터는 낮이 짧아지겠네요. 늦은밤이라도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 시간여 걷기운동하고 취침하기 딱 좋은 철인데, 어느새 밤이 길어질 것을 생각하니 참 야속한 세월입니다. 어제는 전주 도서관기행을 했는데요, 시립도서관 12개를 비롯 총 155개의 도서관과 수 십개의 동네책방. 숫자만 보아도 전주는 명실상부 ’책의 도시‘. 책 하나로 시민의 자긍심이 하늘로 솟구치는 도시, 책 하나로 시청의 딱딱한 행정공간이 오색달콤 솜사탕처럼 느껴지는 도시, 책 하나로 전국의 관광객 발걸음이 똑똑해져서 절로 어깨가 으쓱하는 도시. 정말 ’책 하나‘만 있어도 사람이 살고 도시가 살아나는 구나를 보여주는 전주의 ’도서관기행’. 참가한 사람들이 칭찬과 부러움에 입을 모았습니다. 매번 사적으로 구경삼아 갔었는데, 어젠 전문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도서관의 이름, 건물의 외형, 책의 구성 등, 다 뜻이 있었네요. 사람들은 말했죠. ‘군산은 뭐 하는지’ ‘왜 군산에는 이런걸 못하는지’ ‘군산은 어런 기획을 할 능력이 없어’ 등등. 아마 부러움과 비교심에서 나온 말 일테지요. 군산에도 사람이, 예산이, 능력이 있을테니 절대 못할 리가 없지요. 하다못해 벤치마킹하러 다녀오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시민의 정신입니다. 좋은 것을 주장하고 요구하고 실천하고 지켜보고 지속하려는 시민 누구나의 깨어있는 정신입니다. 이 정신은 비단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계실거예요. 명색이 말랭이마을 입주작가 2년째. 남보기에 별장에서 하늘하늘 사는 것 같아도 군산시민의 세금이 들어있는 이 세평짜리 공간을 단 한순간이라도 헛되게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저만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저의 유별스런 공공의식 덕분에요. 한 도시가 문화라는 그 엄청난 훈장을 받으려면 우리 모두가 먼저 ‘깨어있는 사람‘이어야 하지요. 아 참고로 오늘은 절기상 ’단오(음 5.5)‘예요. 전주 곳곳에 단오행사가 있나봐요. 1년 중 양기가 가장 높은 날, 설날, 추석과 더불어 3대 명절인 오늘, 창포물에 머리를 못 감더라도, 말랭이마을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로 대추풍년을 기원하겠어요.

오늘은 곽재구시인의 <단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단오 – 곽재구(1954-현, 광주출생)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사공도 없이

저 혼자 아침 햇살을 맞는 곳


지난밤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

눈동자를 빛내던 신비한 여울목을

찾아 헤매었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곳으로 와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햇창포 꽃잎을 풀고

매화향 깊게 스민 촘촘한 참빗으로

당신의 머리칼을 소복소복 빗겨드리겠어요


그런 다음

노란 원추리꽃 한 송이를

당신의 검은 머리칼 사이에

꽂아드리지요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은빛 물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곳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빗겨드리겠어요

6.22전주도서관1.jpg 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
6.22전주도서관2.jpg 꽃심도서관
6.22전주도서관3.jpg 다가여행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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