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36

2023.9.1 안도현 <9월이 오면>

by 박모니카

구월이 오는 소리 들으러 오던 길, 하루 건너 오시는 당신의 길, 어떠셨나요. 먼 길이었을까 짧은 길 이었을까. 반듯했을까, 구불구불했을까. 누구를 만났을까, 혼자였을까요. 저는 어제 하루를 꽉 찬 알밤이 되어 굴러오면서 ’그래, 8월도 이만 하면 됐다. 수고했네.‘라고 등 두드려 주었습니다. 아침부터 나선 문우들과의 야생 길 걷기, 대한민국 어느 여인들이 이런 아름다운 꽃 길에서 글을 노래하는지...라며 서로를 칭찬했지요. 열심히 일하고 수퍼블루문 따보고 싶어 나온 저녁 산책 길까지 정말 알토란 같은 시간을 보냈네요. 그래서였던지, 잠도 깊게 잤구요. 제게 구월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는 월명산새가 아니었다면 오늘 편지도 늦잠 잘 뻔 했어요. 구월이 시작되는 길 위에 섰네요. 이제 여름이란 말은 꺼내올 수 없을 듯, 일분 일초가 다르게 자연의 색들이 달라집니다. 나이속도를 재는 가속기 페달들이 곳곳에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거예요. 어른들 말씀에 ’꽃은 져도 다시 피고 잎은 떨어져도 다시 나는디 우리네 인생만 다시 올 수 없구나‘라는 이 말이 진실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 가장 예쁘게 피어나는 꽃도 되고 제일 푸르게 돋아나는 잎도 돼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구월 첫날 누구를 만나든지 무엇을 마주치던지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주고 상대의 최고로 멋진 모습을 가져오세요. 그러면 오늘 하루도 온전히 당신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시간도 그렇게 채워나갈께요.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1블루문2.jpg 은파호수에 떠오른 수퍼블루문
9.1블루문3.jpg 맑은 하늘 보름달보다 구름속에 안긴 이 달이 더 좋아요. 더불어 사는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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