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47

2023.9.12 함민복 <긍정적인 밥>

by 박모니카

꿈에서는 어딘딜 못가랴 하지만은 어디에 간들 그곳이 어디메뇨 할 때가 더 많지요. 밤사이 꿈길에서 몇 번을 헤매다가 복실이 발자국소리에 집을 찾아온 듯 아침기상을 하네요^^ 군산에 있는 책방이 무려 13개나 되었답니다. 그것도 지난 2년 사이 절반 이상이 생겼구요. 군산에서도 ’도서전‘ 이란 걸 기획해보자는 책방지기들의 회의에 참석 요청을 받아서 간 자리였어요. 저야 ’어느 자리든 추진하는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으로 가니, 잘 듣고 오기만 하면 됩니다. 제 책방의 이름이 <봄날의 산책>이어서, 작년에 오픈 할때는 사계절로 두루두루 ’여름날, 가을날, 겨울날‘의 책방도 만들어볼까 하는 열정도 있었지요. 그런데 책방생활 2년만에 ’봄날‘하나 운영하기도 쉽지 않음을 느낀답니다. 게다가 주어진 그릇대로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었음을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 늘 새김질하지요~~ 하여튼 군산에도 많은 책방들이 생겨서 문화도시를 향하는 길목에 가장 먼저 책 문화가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기계화 된다 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종이책을 만지며 튀어나오는 글자의 진미를 낚아채는 이는 사람뿐‘이잖아요. 방금도 함민복시인의 수필<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를 읽으니 작가가 말하네요. ’나도 책이라는 섬을 띄운다‘라구요. 어제도 말랭이에 찾아온 손님들 덕분에 엄청 바쁜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밤까지 수업, 몸뿐만 아니라 정신이 노곤거려서 꿈길에서도 헤매었나 봅니다. 주중 첫날보다 둘째 날인 오늘, 익숙한 일상의 흔적을 미리 알아서 여유공간을 챙겨주겠지요. 오늘도 잘 살아가시게요. 함민복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 <긍정적인 밥> 다시한번 들려드릴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긍정적인 밥 –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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